겨울 소록도의 새벽은
육지에서의 새벽보다
몇 배로 차갑고 깜깜하다.
하지만
이런 추위와 어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하며
찬양하는 이들이 있다.
월요일 새벽 예배,
어제와 다름없이
성도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저분들은 무엇을 저토록
간절하고도 절실하게 구하실까?’
병마에 대한 것이라면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혹시 병마가 남긴
후유증을 깨끗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사그라지지 않은
나는 마침 기도를
마친 듯한 분께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방금 무슨 기도하셨어요?”
“나라를 위해 기도했지.
이 나라 모든 사람이
예수 믿게 해 달라고.”
기대와는 달리 뜬금없는 대답에
순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친김에 옆에 있는
다른 할아버지에게도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방금 무슨 기도하셨어요?”
“우리나라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한국의 숨어 있는 기도 부대,
나도 모르게
이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예배가 끝이 났다.
사람들은 예배당 문을 나셨다.
모두가 떠난 예배당에
홀로 앉아 눈물로 기도하는
한 할머니 모습이 보였다.
그때 전도사님이
다가가 말했다.
“얼굴빛이 안 좋으신데,
무슨 일 있으세요?”
“지난 주에 막내딸
결혼식이 있었어요.”
말을 마친 할머니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대로
볼 수 없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일생 단 한 번뿐인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고통,
할머니는 아픔을 달래고자
홀로 앉아 눈물의 기도를
올리셨을까?
아니면
막내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길
간절히 바랐던 것일까?
딸에 대한 기도에서부터
나라를 위한 기도까지
소록도는 참으로
숨어 있는 기도 부대였다.
출처: 김동신이 쓴
<기도하는 섬, 소록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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